강윤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심사위원

④ 특별기고 

췌장암 치료 국산신약 리아백스가 최근 허가 당국인 식약처로부터 조건부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품목 허가 취소됐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과연 6년전 리아백스의 허가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식약처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히트뉴스는 6년 전 허가 당시로 돌아가 의구심의 정황들을 짚어 본다.

① 리아백스 허가부터 품목허가 취소까지  
② 리아백스 허가와 관련한 공무원 A씨의 수상한 행적
③ 리아백스 의혹의 또다른 퍼즐 B과장  
④ 특별기고-강윤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심사위원
⑤ 관례를 뛰어 넘는 식약처의 의문의 조치들  
⑥ 임상 실패한 물질 허가, 실무선에서 할 수 있나     
⑦ 칼럼-리아백스 허가 행정으로 본 식약처의 근원적 숙제.

⑧끝. 히트뉴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묻는다 

 

  국정감사서 미처 못다한 얘기, 리아백스 조건부허가 치명적 문제점  

강윤희 前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제공=국회 전문기자협의회)
강윤희 前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제공=국회 전문기자협의회)

필자는 13일 식약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였다. 리아백스주 조건부허가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는데, 필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2분이었기 때문에 문제 제기 정도이지 자세한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 시간 지면을 빌어 리아백스주 조건부허가의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 

필자가 리아백스주의 허가내용을 검토한 것은 2019년 8월이었다. 리아백스주는 당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임상2상 변경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했고, 필자가 그 심사를 맡게 되었다. 기허가된 약물의 경우 허가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약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므로 리아백스주의 기허가 내용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런데 허가적응증부터가 이상했다. '혈청 Eotaxin 농도가 81.02pg/mL 초과인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치료' 적응증이었는데, 어떤 의사라도 이런 허가적응증을 보고, 황당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첫째, Eotaxin 검사는 허가된 검사가 아니다. 병원에서 처방할 수 없는 검사인 것이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처방할 수도 없는 검사를 기반으로 허가가 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임상에서 처방할 수 없다는 실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 검사 결과에 기반한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함께 보여준다. 검사의 허가를 위해서는 수개월에 걸친 정밀도, 정확도, 안정성 검사 등 복잡한 밸리데이션(validation) 결과와 더불어 임상적인 가치에 대한 임상시험을 동반해야 한다. 

물론 검사의 허가를 위해 임상시험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임상시험 전 검사에 대한 validation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혈청 Eotaxin 검사는 'for research only' 시약(진단용의 경우 for diagnostics 라고 명시되어 있음)으로, 'for research only' 장비인 Luminex 라는 장비로 시행되었고, validation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국감에서 얘기했지만 식약처의 가장 무능한 연구관도 이렇게 validation 되지 않은 검사를 기반으로 한 허가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실제 필자가 이 허가가 너무 이상해서 확인한 1차 심사보고서에도 이런 문제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심사보고서가 없는 문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자.
 
두번째 문제는 81.02 라는 수치이다. 81.02 라는 수치는 전향적(prospective) 임상시험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수치이다. 더군다나 단위가 pg/mL인데, pg은 1/1012 로서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정밀도, 정확도가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수치 하나만으로도 이 허가가 후향적(retrospective) 분석 결과에서 도출된 결과임을 드러낸다. 

실제 이 허가의 기반이 된 연구는 이미 실패한 3상 결과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였다.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이 실패했는데, 이 중 79명의 환자들에게 동의서를 받아서 그들의 검체로 후향적인 분석을 한 결과 Eotaxin 수치가 높은 환자에서 생존율이 높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후향적인 분석은 처음부터 계획된 분석이 아니기 때문에 오류의 요소가 매우 높다. 예를 들어 이 건의 경우에서도 이미 임상시험을 마치고 극히 제한된 일부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고 진행한 것인데, 이 경우 임상시험을 마친 시점에서 생존한 환자들만 포함되므로 결과 해석에 크게 교란(confounding)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적어도 표준치료군에서는 Eotaxin 수치가 높더라도 생존기간에 차이가 없었다는 비교 데이터라도 있어야 하는 데 그것조차 없었다. 의학적 근거의 수준을 5개로 나누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수준이 높은 근거인 level 1이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이고, 일반적으로 허가를 위해서는 이 자료가 필수적이다. 후향적 연구는 level 4로 근거수준이 낮은 연구이다. 

이렇게 근거 수준이 낮은 자료를 바탕으로 허가를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후향적 연구를 탐색적 2상이라고 명명해서 허가한 것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식약처의 개망신이라고 생각한다. 탐색적2상은 처음부터 탐색적 2상으로 디자인해야 탐색적 2상이지, 실패한 3상의 후향적 연구에 갖다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정상적이라면 이 공문이 있어야 하고, 회사가 제출한 보완자료가 있어야 하고(validation을 하지 않았으니 제출할 자료는 없었겠지만), 이에 따라 심사한 2차 보고서가 있어야 하고, 최종 허가보고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자료가 없었다.

세번째 문제는 허가심사보고서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허가적응증이 너무나 황당해서 필자는 허가심사보고서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1차 심사보고서가 있었는데, 이 심사보고서에는 Eotaxin이 validation 자료가 없는 문제 등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지적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자료가 없는 것이다. 통상 1차 심사보고서 후에 회사에 보완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이 발송된다. 정상적이라면 이 공문이 있어야 하고, 회사가 제출한 보완자료가 있어야 하고, 이에 따라 심사한 2차 보고서가 있어야 하고, 최종 허가보고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자료가 없었다. 즉, 정상적인 심사과정을 밟지 않은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이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가장 심각한 문제로서 필히 문제제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네번째 문제는 내부 문제제기를 묵살했다는 점이다. 필자가 작년 8월에 위와 같이 리아백스 허가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너무나 심각하게 잘못된 허가였기 때문에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에게 즉각 메일로 알려서 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토 후 답변하겠다고 한 후 어떠한 답변도 조치도 없었다.

강윤희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
강윤희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

필자는 리아백스주의 잘못된 허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당시 허가를 담당했던 연구직 연구관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은 필자가 식약처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서 이런 허술한 허가를 할 사람들이 절대 아니다. 능력있는 분들이고, 필자가 아는 한 부패한 사람들도 아니다. 당시에도 이 분들을 포함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심사보고서들이 없다고 추정된다. 필히 내부든 외부든 압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 분들이 용감하게 나서서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허가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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