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 편집인의 "제약바이오, 사람이 전부다"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_랜선(LAN線) 인터뷰

 릴레이 기획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땅을 벗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K-제약바이오의 든든한 자산이다. 

 

<15> 우정훈 BW Biomed 대표 (미국 보스턴)

 

우정훈 BW Biomed 대표.
우정훈 BW Biomed 대표.

 

홍콩에서 미국 보스턴으로 글로벌 한국인의 바통이 넘어갔다. 홍콩과기대 김신철 박사가 추천한 우정훈 BW Biomed 대표는 보스턴을 무대로 활약하는 중이다. 산업계와 공직생활을 두루 경험한 우 대표는 한국과 미국을 활발하게 오가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 원고를 마무리하는 중에도 그는 한국으로 건너와 1일 짜리 패스트 트랙으로 자가격리를 끝내고 출장업무를 시작했다. 랜선으로만 소통했던 14명의 이전 인터뷰이들과 달리, 1시간여 마주앉아 차를 마신 유일한 오프라인 출신이다. 그래서 그가 보내온 이메일에서는 낯익은 그의 목소리가 툭툭 튀어 나왔다.

 

잘 지내셨지요? 우정훈 대표님!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이 중 제가 오프라인에서 만났던 분을 인터뷰하기는 처음입니다. 지금은 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 팀장으로 근무하는 이병일 전 올리브헬스케어 대표께서 소개해 주셨는데 기억하시지요?

"그럼요. 히트뉴스 사무실 방문해서 이사님 뵙고 여러 이야기 나누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제가 좌장으로 참여했던 산업전략 세미나 기사로 히트뉴스를 접했는데, 친분이 있던 이 팀장께서도 잘 아신다 하여 불쑥 찾아갔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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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히트뉴스 전문가 필진으로 대표님을 모실 욕심이 있었는데 성사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

"개인 사업을 새로 시작하다 보니 미팅과 출장이 잦았어요. 정기적으로 글 쓰는 일이 만만한 일은 아니겠다 생각한거죠. 지금 하는 컨설팅 사업이 조금 안정되면 히트뉴스 필진이 꼭 되고 싶습니다."

 

글로벌 한국인 10번째 인터뷰이인 홍콩과기대 김신철 박사 추천으로 대표님을 다시 뵙게 됐으니 히트뉴스와 대표님의 인연은 필연으로 살짝 기울었다 생각할게요. 김 박사님과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제가 보건산업진흥원 싱가포르 지사장으로 있었던 2009년도쯤 처음 뵈었어요. 당시는 우리나라가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을 앞두고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A*STAR(과학기술청)와 협력을 모색하던 때 였어요. 김 박사님은 A*STAR 기술 상업화 조직인 ETPL 수석부사장이셨어요. 2010년에는 충북도청 초청으로 Curiox 김남용 대표님, 김신철 박사님과 컨퍼런스 연사로도 같이 참여 했던 적이 있습니다. 김신철 박사님은 나중에 함께 사업을 해 보고 싶을 정도로 존경하고 평생 같이 하고 싶은 분이에요. 싱가포르, 한국, 미국에서 오프라인으로 뵙고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전화나 줌으로 뵈었어요. 2019년 바이오 US 기간 중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뵙고 같이 식사 했던 것이 가장 최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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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진흥원 싱가포르 지사장 당시 방문한 복지부 대표단과 함께.
보건산업진흥원 싱가포르 지사장 당시 방문한 복지부 대표단과 함께.

 

대표님 하면 보건산업진흥원이나 서울바이오허브 같은 공적기관이 떠올라요. 그런데 산업계에서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하셨네요.

"한국에서 첫 직장은 중외제약 라이센싱팀이었어요. 이후 한독약품 개발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중외제약과 한독약품에서 했던 일은 비슷했어요. 라이센스인/아웃, 다국적 기업과 Co-promotion/Co-Marketing 등 전략적 제휴 업무였습니다. 개발부에 있다 보면 사내 같은 본부인 임상팀, 인허가팀 뿐만 아니라 마케팅/영업부서, 생산본부와도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일을 했어요. 글로벌 제약회사들과도 일했는데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정말 소중한 시간 이었다 생각해요.

그 이후 진흥원에 입사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수출통상협력팀장, 싱가포르 지사장, 미국 지사장, 서울바이오허브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제약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시각을 폭넓게 키울 수 있었어요. 태생이 산업계에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산업적 마인드에서 공직 생활을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효율적이었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고 박사 학위도 없는 제가 산업계와 공직생활을 두루 거치면서 싱가포르, 미국 등 다양한 나라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너무 큰 축복이었다 생각합니다."

 

보건산업진흥원 싱가포르 지사장 당시 방문한 식약처 대표단과 함께.
보건산업진흥원 싱가포르 지사장 당시 방문한 식약처 대표단과 함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풀어볼게요. 학사 때 미국으로 건너가셨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좋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중고등학교 때는 반항심이 컸던 것 같아요. 대학교 부총장을 지낸 아버지와 중학교 교장이셨던 어머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제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다고 할까요? 부모님 속을 참 많이 썩였어요. 경기초등학교, 인창중학교, 인창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어릴 적 살던 서대문 집에 계십니다.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웨스트 버지니아 화학공대를 1997년에 마쳤고 동대학교 산업공대 대학원에서 산업안전을 전공했어요. 귀국 직전에는 미국 정부기관 연구소인 NIOSH(National Institute of Safety and Health) 산업안전 방독면 연구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 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제약회사에 곧바로 입사했나요?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있나요?

"귀국하고 1999년 5월에 입대했어요. 남들보다 늦게 최전방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는게 심적으로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약회사는 전역 이후에 들어갔어요. 부모님은 공부를 계속해서 대학교수가 되기를 원했는데, 저는 별로 매력을 못 느꼈어요. 산업계에 있으면서 보건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때마침 진흥원 해외지사장 모집공고를 봤어요. 그렇게 맺은 인연 덕분에 1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게 됐어요."

 

지금 계신 곳은 산업계라고 봐야겠죠? 산업계로 다시 돌아온 지금, 대표님의 공직생활을 돌아볼 때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후회 없이 열심히 일 했지만,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지요. 저의 출발이 산업계잖아요? 이쪽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상대적으로 공직사회가 보수적이라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산업계로 돌아온 지금, 오히려 공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그 때 못했던 일을 하는 심정이랄까요? 제약바이오협회, 보스턴 총영사관, KASBP, KOTRA, KITEE 등 기관들과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재미도 있지만 보람이 더 커요."

 

유전자 가위 최초 특허출원자인 w Feng Zhang과 함께.
유전자 가위 최초 특허출원자인 w Feng Zhang과 함께.

 

대표님 사업 이야기를 해 볼게요. 작년 4월 BW Biomed를 미국 보스턴에 설립했어요. 어떤 회사인가요?

"핵심 사업은 컨설팅이며, 라이센싱 인/아웃, 전략적 제휴, 투자유치, 상장지원 등과 같은 BD(Business Development) 업무를 합니다. 한국 상장 제약기업 컨설팅을 포함해 비상장 의료기기 회사들과 바이오텍 기업에도 상근, 비상근으로 업무를 하고 투자 유치 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도 하고 주주로도 참여하고 있어요."

 

창업기업을 멘토링 했던 서울바이오허브 센터장 시절의 연장선으로 봐도 될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어요. 솔직한 이야기지만 제가 직접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창업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코로나19로 창업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어요."

 

제약바이오협회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시죠?

"맞아요. 협회와 CIC(캠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보스턴 CIC에 한국 오피스를 마련하고 다수의 한국 제약기업들이 공동으로 입주하도록 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미국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에요. 진흥원 미국 지사도 최근 LA에서 보스턴으로 이전했고 한국 보스턴 총영사관의 협력도 이끌어낼 수 있어 최적의 시너지를 담보할 것으로 기대해요."

 

CIC 프로젝트 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 오른쪽은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
CIC 프로젝트 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 오른쪽은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

 

기업들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이해하고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중요하겠어요. 초기단계이지만 현재까지의 성과는 어떤가요?

"코로나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보스턴 사무실을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11개 기업이지만 3년 안에 3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상주 인원 같은 규모에 집착하지는 않아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제약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첫 발을 뗀다는 것이 무엇보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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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질문일수도 있는데…왜 보스턴인가요?

"아니에요. 매우 중요한 질문이에요. 바이오 산업은 태생적으로 cluster 형태로 존재 해야 합니다. 병원, 연구소, 기업, 고급인력(연구자), CRO, CDMO, 자본 등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협력해야 하는 산업이잖아요? 한 개의 클러스터 안에 또는 근거리에 모두 모여 있는 것이 그래서 가장 효과적이에요. 보스턴에는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Brigham Women and Children Hospital 등 병원들이 있고 하버드나 MIT 같은 명문 대학교, 여기서 배출되는 고급인력까지, 바이오 산업의 수요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요. 그래서 Top 20 다국제약사의 미국 본부와 R&D 본부가 보스턴에 있죠. 한 마디로 최상의 제약 바이오 메카라고 할 수 있어요."

 

RSNA 행사 참가 후 동료들과 함께.
RSNA 행사 참가 후 동료들과 함께.

 

BW Biomed의 대표 컨설턴트라는 호칭도 가능할 것 같은데… 컨설턴트 입장에서 대표님이 관심 가지는 개발 영역이 있을까요?

"제약바이오를 포함한 보건산업은 결국 개인 맞춤형 의료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장과 뇌의 연관성(Gut-Brain Axis)에 기초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분야, 통증 치료제 등도 관심이 있지만, 첨단재생의료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아요. 첨단재생의료 분야인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 iPSC(만능 줄기세포)와 Tissue Engineering(조직공학) 그리고 융합의료기기 분야를 눈여겨 보고 있어요. 다케다제약이 최근 보스턴에 대규모 세포치료제 연구 및 제조시설을 설립했습니다. 다케다가 iPSC에 대한 공격적 연구를 진행한다는 뜻이에요."

 

많은 기업들을 만나 컨설팅을 하다 보면, 내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것도 같아요.

"컨설팅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건 절대 아니지만 바이오벤처에 도전해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몇몇 기업에서 CEO 요청도 받기는 했지만, 5~10년의 준비기간을 두고 호흡이 잘 맞는 지인들과 함께 새로운 치료방법을 제공하는 신약개발 벤처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특히 친한 분들과 일을 즐기면서 또는 도전하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산업계와 공직생활을 거치면서 고마운 분, 계시죠? 이번 기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세요.

"감사할 분들은 너무 많지만 꼭 한 분을 꼽으라면 한독 김영진 회장님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가 지금 미국에서 컨설팅 사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출발점은 한독에서 받은 교육 덕분이에요. 회사의 전폭적인 교육지원으로 마케팅에서부터 거래협상, 단기 MBA 등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한독에서 이수했어요. 직원 교육에 대한 회장님의 강한 의지 덕분인데, 기업의 사회공헌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 팀원들과 함께.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 팀원들과 함께.

 

사업 이외에 개인적으로 꿈꾸는 삶의 목표가 있을까요?

"60살이 되기 전에 자선사업을 시작하는게 개인적 목표에요. 10년 정도 남았는데 작은 일부터 하려고 해요. 2020년에는 강의나 행사 좌장을 하면서 받은 수익을 모두 탈북자 교육에 기부했어요. 저는 다문화 가정, 탈북자, 10대 미혼모와 같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미국에서는 한인들의 권익신장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싶습니다."

 

이제 인터뷰를 마칠까 해요. 한국기업들과의 보스턴 콜라보, 벤처창업, 자선활동 같은 대표님의 인생목표를 히트뉴스도 응원할게요. 끝으로 우리 독자들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려요.

"뜻하지 않은 기회로 히트뉴스 독자들을 만나 기뻤어요. 평범한 제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고요. 제약바이오 산업에 몸 담고 일하면서 저는 자부심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산업계에 기여할 차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우정훈 대표 약력

(2020~현재) BW Biomed 설립 (CEO) (2018년) 서울바이오허브 센터장 (2013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 지사장 (2011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출통상협력팀장 (200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싱가포르 지사장 (2005년) 한독약품 개발부 팀장 (2001년) 중외제약 개발부 라이센싱팀 (1999년) 웨스트 버지니아 주립대 산업공대 대학원 졸업 (산업안전) (1997년) 웨스트 버지니아 화학공대 졸업 (1971년) 출생

 

우정훈 대표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서광순(Stephen Shu) 전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회장님을 히트뉴스에서 뵙고 싶어요. 서 전 회장님은 현재 DiagnoCine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협회 일을 함께 하면서 친분을 쌓았는데 젊은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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