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진건 박사(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산에 위치한 산성(山城)과 또 다르게 바다에 접했지만 배로 접근할 수 없는 천연적인 자연 환경과 철옹성 테오도시우스 성벽으로 외적의 공격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20세 애송이 술탄과 헝가리 출신 대포 기술자 오르반의 만남은 세계사를 바꿨다. 8m가 넘는 길이의 '오르반 거포'가 500kg의 돌 포탄을 1.5km 이상 날리는 괴력을 선보이자 1453년 4월술탄 메메드 2세는 신무기를 앞세워 콘스탄티노플 공략에 나섰다. 대포의 공격으로 성벽이 무너지고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당하였다. 그 결과는 역사가 되어 콘스탄티노플은 이스탄불로 이름이 바뀌었다.

다이이찌산쿄 수나오 마나베 CEO. 회사 홈페이지 캡처.
다이이찌산쿄 수나오 마나베 CEO. 회사 홈페이지 캡처.

Antibody Drug Conjugate(ADC)는 항체와 폭탄(toxin)을 링커로 연결하고 있다. 최근에는 Payload(toxin)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방암 치료제 다이이찌산쿄(DS)의 엔허투는 캐싸일라와 동일한 'HER-2 항체'를 사용했다. 같은 항체를 사용하였지만 엔허투는 캐싸일라와 달리 용량제한독성(DLT)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죽은 세포를 통해 세포 밖으로 유출된 약물이 세포막 투과성을 지니면서 주변 세포에도 들어가 소위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cell-killing) 현상도 일어났다. 무엇이 테스트하기 위하여 만든 DS의 첫 ADC가 이런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을까? 폭탄 하나가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꾼 것처럼 기존의 MMAE, DM1이 아닌 새로운 폭탄(toxin)이 ADC 플랫폼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폭탄의 진화는 ADC가 독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편견에서 벗어나 마침내 ADC 플랫폼의 진화를 이루었다. 이 변화는 2019년 새롭게 FDA로부터 허가 받은 다이이찌산쿄(DS)의 '엔허투'와 2020년의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를 통해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엔허투와 트로델비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엔허투와 트로델비는 각각 'deruxtecan(DXd)'과 'SN-38'이라는 'Topoisomerase 저해제'를 폭탄으로 사용했다. 이 둘의 특징은 기존의 ADC들이 효능을 높이기 위해 세포독성 효력이 높은 toxin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독성이 낮은 toxin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Drug-to-antibody ratio (DAR)를 7~8개 정도로 높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DXd'와 'SN-38'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SN-38'은 Irrinotecan이 'Carboxylesterase 2'에 의해 잘려진 대사체이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암환자들에게 노출 경험이 있다. 반면에 DXd는 새로운 'Topoisomerase 저해제' 'Exatecan'이기에 기존 암환자들에게 노출된 적이 없다. 무엇보다 DXd가 supercoiled DNA를 풀어주는 반응(DNA relaxation assay)에서 'SN-38'보다 10배나 더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또한 solubility가 좋고 반감기가 짧기에 안전성이 우수하기에 탁월한 폭탄의 성능을 지녔다. 

엔허투와 트로델비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ADC 약물의 항체가 다르다. 엔허투는 캐싸일라와 동일한 'HER-2 항체'이고 트로델비는 'TROP2 항체'인 것이다. 두 ADC의 폭탄이 아무리 'Topoisomerase 저해제'로 비슷하여도 항체가 다르기에 서로 동등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트로델비'의 새로운 경쟁 상대가 나타났다. 2020년 7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또다시 DS의 'TROP2 ADC'인 Datopotamab deruxtecan (Dato-DXd; DS-1062)에 최대 60억 달러를 과감하게 베팅했다. 그러기에 TROP2 ADC의 항체가 같은 트로델비와 DS-1062는 폭탄의 성능에 관한 동등 비교가 가능하다. 항암제의 강자 AZ는 아마도 'TROP2 ADC'에서 DS-1062가 트로델비보다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잠재력을 지녔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물론 비교 임상의 결과가 답을 알려주지만 폭탄이 같은 'Topoisomerase 저해제'라도 'DXd'가 'SN-38'보다 더 좋은 폭탄이라 예측한 것 같다. 

그런 예측의 임상결과가 이번 달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발표에서 현저하게 나타났다. ASCO에서 기립박수(起立拍手) 받은 '엔허투'와 무감동으로 마친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의 청중 반응이다. 음악회에서 종종 연주의 큰 감동을 받았을 때 앉아서 박수치는 것을 넘어서 청중이 일어서서 박수를 친다. 하지만 강연 후에 기립박수를 보낸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한 적이 없다. ASCO에 계속 참석하는 연구자들이 2005년 'HERA 스터디' 이후 유방암연구로 기립박수는 처음이라고 SNS에 올려놓았다. ASCO 'Plenary Session' 현장에서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Dr. Shanu Modi가 발표를 마치고 수분간 'standing ovation'이 이어지는 영상을 보았다. 왜 암연구자들이 이렇게 강연에 열광하였을까? 이들은 유방암연구에 대한 좋은 결과 및 역사적인 순간을 다른 청중들과 현장에서 같이 할 수 있어 감동이 온 것이다. 

Modi박사가 무엇을 발표하였나? DESTINY-Breast04 연구는 'a randomized, 임상3상' 연구결과이다.  이전에 치료 받은 적이 있으면서 HER2 저발현, 호르몬수용체(HR)양성 혹은 음성인 절제 불가, 혹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표준 요법인 항암 화학 요법 대비 우수성을 증명한 것이다. HER2 저발현, HR 양성 유방암 환자는 전체 유방암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통계학적으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OS) 개선을 확인하며 향후 유방암에서 새로운 표준요법으로 practice가 변하게 될것이다. 이번 연구는 작년 ESMO에서 발표된 DESTINY-Breast03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또다른 옵션이 생겨서 의미있는 진전을 또 이루었다고 생각하기에 기립박수에 이른 것이다.

 영상 다이이찌산쿄 인허투 발표와 기립 박수 장면   

6월 8일에는 마침내 업계가 기다린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TROP2 ADC 발표가 있었다. '트로델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무진행 생존(PFS) 기간은 표준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4개월보다 1.5개월 긴 5.5개월로 나타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4% 줄였다. 또한 치료 1년 후 투로델비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율은 화학요법 치료군의 7%보다 3배 더 많은 21%로 나타났다.

하지만 2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에서 기간은 13.9개월 (화학요법 12.3개월) 이었고, 객관적 반응률(ORR)은 트로델비 투여군이 21%, 화학요법군이 14%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업계의 우려보다 나았지만 결론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시장은 Gilead가 이뮤노메딕스를 21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정당성이 있는가를 가늠하는 지표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폭탄(toxin)이 ADC 플랫폼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됐다. 미사일이 아무리 정확하게 빠르게 날아가도 탄두의 위력이 없으면 미사일로서 의미가 없는것 처럼 ADC는 미사일의 탄두 역할을 하는 Payload의 위력이 가장 중요하고 'DXd'가 다른 ADC와 차별하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마침내 유방암을 정복할 수 있다는 감동 때문에 이번 ASCO에서 강연 후에 기립박수가 그 많은 청중으로부터 저절로 쏟아졌다. 항암제의 역사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언제 또 우리가 강연을 듣고 기립박수를 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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