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 편집인의 "제약바이오, 사람이 전부다"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_랜선(LAN線) 인터뷰

 릴레이 기획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땅을 벗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K-제약바이오의 든든한 자산이다. 

 

<13> 오윤석(Luke Oh) KAPAL 회장 (FDA 임상약리학과)

 

FDA 메인 홀. 오윤석 KAPAL 회장.
FDA 메인 홀. 오윤석 KAPAL 회장.

 

KAPAL 오윤석 회장과 랜선 인터뷰를 글로벌 한국인 기획의 첫 번째 기사로 삼고 싶었다. 그러나 연락이 닿고 끊기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동안 그의 앞 자리에 소개된 인터뷰이만 12명으로 늘어났다.

오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가 털어놓는 인연 속에서 낯익은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이들을 여럿 접했다. 추천에 추천을 받아 이어가던 기획 인터뷰가 그의 네트워크를 맴돌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오윤석 박사님, 안녕하세요? 오 박사님은 국내에서 KAPAL(Korean-American Professional Association in Life Sciences), 한미생명과학인협회 회장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KAPAL에 대한 소개와 협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소개해주세요.

"KAPAL은 2014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저는 2008년 휴먼지놈사이언스(Human Genome Science, HGS)라는 회사로 이직하게 되면서 메릴랜드에 왔어요. 메릴랜드에 와 보니 생각 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폭넓은 제약바이오 산업이 형성되어 있더군요. 특히, 한국의 제약바이오인들이 메릴랜드의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많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모여 서로의 연구와 의견을 나누는 플랫폼이 있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KAPAL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협회를 꾸려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KAPAL 출범을 위해 오 박사님과 의견을 나누며 함께하신 분들 소개 부탁드릴께요.

"KAPAL은 총 9분의 임원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한 분 한 분 너무 든든한 KAPAL의 어벤저스팀입니다. 먼저, 시니어 어드바이저로 계시는 이희민 박사님(Health Research International)과 현재 부회장으로 수고하시는 송정근 박사님(L&J Biosciences), 그리고 박상태(Coree), 이병하(NeoImmueTech) 박사님들이 초창기에 많이 고생하셨어요. 이후에 김주은(CRscube), 김선태(KCRN Reseach), 안은경(NIH), 안혜숙 (NIH), 이철(NIH) 박사님과 조범래(Dentons) 변호사님이 함께 협회를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FDA에서 20여년 이상 근무하신 이희민, 안해영(AhnBio Consulting) 박사님과 지금은 보스턴 사노피로 이직하신 양홍운 박사님이 어드바이저로, 협회의 방향성과 활동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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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KAPAL 연례학회 중 임원진 단체 기념촬영. 왼쪽부터 박상태, 안은경, 안혜경, 송정근, 오윤석, 이병하, 김선태.
제5회 KAPAL 연례학회 중 임원진 단체 기념촬영. 왼쪽부터 박상태, 안은경, 안혜경, 송정근, 오윤석, 이병하, 김선태.

 

네트워킹이라는 말 속에 이미 그 뜻이 담겨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KAPAL의 궁극적인 역할을 한 마디로 정의하신다면요.

"전문가와 전문가, 기업과 전문가 사이의 네트워킹을 통해 한미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지향하고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 KAPAL의 목표입니다."

 

KAPAL의 회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개인과 단체 포함해서요.

"2000여 명의 회원이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구기관, 학계, 기업 뿐만 아니라 특허, 법조계, 영업, 컨설팅 등 회원들의 직종도 다양해요. KAPAL은 미국, 한국, 캐나다 등 어느 곳에서나 회원가입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채널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어디서든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정보를 나누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KAPAL도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의 제약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그런 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플랫폼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지금 하는 랜선 인터뷰 처럼 ‘온에어(On-Air) 웨비나’ 시리즈를 통해 메릴랜드에 국한되지 않고,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학회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집중 조명됐던 K-진단키트 업체들의 미국 진출 전략을 비롯해, 미국의 바이오 허브인 메릴랜드, 캘리포니아, 보스톤 등 지역의 생태계 현황과 진출 방향성에 대한 웨비나를 잇달아 개최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회사들과 양국의 제약바이오 관련 분들께서 참여하며, 열띤 토론과 유용한 정보들을 나누었고, 참으로 유익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

 

코로나 이전 오프라인에서 진행했던 네트워킹 이벤트도 소개해주세요.

"메릴랜드 주정부가 지원하고, 한미 바이오 기업들이 다수 참석하는 연례 컨퍼런스가 지금까지 5회 개최 되었습니다. 25개 이상의 기업이 스폰서쉽으로 참여하였고, 250여명의 전문가가 등록하는 큰 행사로 성장했어요. 일반적인 학회와 달리 KAPAL 연례 컨퍼런스는 한미간 네트워킹과 협력사업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컨퍼런스 기간 동안 한국 바이오 벤처와 미국 기업들과의 미팅이 많이 열릴 뿐 아니라, FDA 관계자들도 연사로 참여합니다.

한국대사관, 무역진흥공사, 보건산업진흥원 등과 같은 한국 기관들과도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어요. 2019년 연례 컨퍼런스 때는 래리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공식 축하편지를 보냈고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대표가 키노트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주정부 기관과 기업들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이 밖에도 바이오 포럼, 커리어 심포지엄, 채용 관련 포럼, 연말 디너 등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KAPAL 학회에서. 왼쪽 옆 얼굴이 이병하 박사. 가운데가 오윤석 회장.
KAPAL 학회에서. 왼쪽 옆 얼굴이 이병하 박사. 가운데가 오윤석 회장.

 

생명과학 분야에서 한미간 교두보가 되겠다는 KAPAL의 목표를 선명하게 이해했어요. KAPAL과 협력하고 싶다면 어디로, 어떻게 컨택하면 될까요?

"KAPAL 홈페이지(www.kapal.org)에 방문하시면 자세한 협회 소개와 활동이 나와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제안하실 내용이 있으면 이메일(contact@kapal.org)로 소통할 수 있어요. 전문인력이나 전문기업을 찾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그만큼 활발해졌다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KAPAL 이야기가 너무 길어 졌네요. 이제 오박사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해요. 오박사님을 추천하신 분은 베스티안재단 양재혁 실장이예요. 양재혁 실장님도 오 박사님 만큼 한국에서는 바이오 산업계의 네트워킹 달인으로 통해요.

"KAPAL 연례 컨퍼런스에서 연사를 하셨던 인연으로 양 실장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분으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종종 연락을 주고 받으며 연락을 하고 있어요. 히트뉴스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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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AL 활동 외에 박사님의 진짜 직업 이야기가 궁금해요.

"2016년부터 FDA 임상약리학과에서 시니어 스탭 펠로우(senior staff fellow)로 일하고 있어요. 자가면역질환 관련 신약, 항체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심사와 내부 컨설팅, 관련 정책 및 가이던스 수립, 비처방약 심사 제도와 프로세스 업무도 제 영역이에요. 코비드 펜데믹으로 심사와 정책 관련 업무들도 상당히 많아졌지요."

 

FDA는 식품, 의약품 인허가 규제와 관련한 세계의 사실상 표준 기관이잖아요? K-바이오가 글로벌로 나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고요. 한국 기업들이 FDA와 소통할 때 이런 점 만큼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할 만한 내용이 있을까요?

"최근에 K-바이오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한 것을 많이 느낍니다. 열정과 신념으로 신약 개발에 노력하는 기업들이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들을 때면, K-바이오의 미래가 든든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 열정 만큼 중요한 것이 정보와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관련 정보와 관련기관과의 소통을 효율적이면서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인력이나 전략이 있어야 하거든요. 미국 식품의약국은 안전하고 효과 좋은 약을 잘 만들도록 기업들과 소통하고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지 규제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협력기관으로 생각하고 가능한 많은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요."

 

FDA나 KAPAL을 놓고 보면 박사님은 산업계 보다는 기관이나 학계에서 활동하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처음은 그랬습니다. 학사와 박사 과정을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학교에서 했습니다. 박사 전공은 신경면역학(Neuroimmunology)을 했고, 박사 후 과정은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학 신경학과에서 뇌신경과 뇌 질병에 대해 연구했어요. 캐나다와 미국의 다발성경화증협회(Multiple Sclerosis Society)의 연구비 지원을 7년간 받으며 뇌신경 재생유도물질과 매커니즘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했어요. 이런 과정에서 미국 제약회사들과의 공동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는데, 연구팀들과 미팅을 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졌어요."

 

맥길대 대학원 당시 뇌신경학회에 참가해 발표했다. (1995년) 왼쪽은 연구소 동료였던 Dr. Olaf Stuve.
맥길대 대학원 당시 뇌신경학회에 참가해 발표했다. (1995년) 왼쪽은 연구소 동료였던 Dr. Olaf Stuve.

 

FDA 이전에는 산업계에서 쭉 활동하셨나요?

"실험연구에서 시작된 제약 개발 분야에 대한 관심은 정말 흥미로웠어요. 때마침 미국 보스톤에 있는 버텍스(Vertex Pharmaceuticals)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면서 산업계에 첫 발을 딛었습니다. 당시 노바티스와 공동개발 계약이 되어 있었는데,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처음에 말씀하신 HGS는 버텍스 이후 입사하신거네요.

"2008년 당시 HGS가 새로운 타깃 전략을 수립했어요. HGS로 가면서 저는 자가면역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개발부서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5명으로 시작했는데, 4년 만에 30명이 될 정도로 우리 부서가 성장했어요. 이후에는 Benlysta (belimumab)에 대한 추가 타깃발굴 등을 했는데 2012년 GSK가 HGS를 인수하면서 저도 퀘스트코 파마(Questcor Pharmaceuticals)로 직장을 옮기게 됐어요. 퀘스트코는 외부 CRO와 협업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을 썼는데,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R&D 전략과 노하우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벤리스타는 2022년 상업 생산이 예상되는 루프스치료제이죠? 작년에 GSK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있었어요.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예. 벤리스타는 50여년 만에 처음 승인 받은 루프스치료제에요. 승인을 받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빠른 시간 내 상업생산을 통해 환자들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길 저도 기대합니다."

 

대학 이전 박사님의 생활도 궁금합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어릴적 부터 성장하셨나요?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 까지는 한국에 있었어요. 이후 부모님과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민을 왔어요."

 

FDA를 떠나 산업계로 다시 돌아올 계획은 있나요?

"좋은 기회가 허락된다면 그동안 쌓은 경험과 역량을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발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훌륭한 연구진과 함께 팀을 이루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제가 꿈꾸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K-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에 대한 박사님의 평가를 들어보고 싶네요.

"K-제약바이오산업이 압도적으로 빠른 성장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같이 신약 선진국이 되기 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바이오 산업의 첨단 트렌드를 읽어내는 세심한 준비작업이 필요해요. 한국인의 열정과 노력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랜선 인터뷰를 끝내기 전,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KAPAL을 대표하시니까 2021년 한 해 동안 KAPAL이 계획하고 있는 협회일정을 소개해주세요.

"현재까지 코비드 팬더믹으로, 올해는 오프라인 포럼이나 컨퍼런스는 어려울 것 같아요. 대신 작년에 시작해 호응을 받은 온에어 웨비나를 준비하고 있어요. 진흥원과 대사관의 협력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K-바이오 니즈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바이오 분야에서 전문직 채용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커리어 전략 웨비나도 구상하고 있어요."

 

KAPAL연례학회에서 발표하는 오윤석 회장.
KAPAL연례학회에서 발표하는 오윤석 회장.

 

히트뉴스 독자분들께도 마지막 말씀 부탁드려요.

"랜선 인터뷰를 통해 제 개인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KAPAL에 대해 소개할 수 있어 좋았어요. KAPAL 회원등록 하시면 뉴스레터와 각종 이벤트 정보를 보내드립니다. 히트뉴스 독자분들과 KAPAL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오윤석 회장 약력 

(1999) Neuroimmunology 박사 수료, McGill University Canada (1999~2002) Neuroscience, post-doctoral, University of Connecticut Health Center (2002~2008) Research Scientist I-II, Vertex Pharmaceuticals (2008~2012) Senior Scientist II, Human Genome Sciences (2012-2014) Associate Director, Questcor Pharmaceuticals (2014~2016) Associate Director, Mallinckrodt Pharmaceuticals (2016~) Senior Staff Fellow, US FDA

 

오윤석 회장이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히트뉴스에서 KAPAL 시니어 어드바이저로 봉사해 주시는 이희민 박사님을 뵙고 싶어요. 이 박사님은 FDA 은퇴 후 Health Research International CEO로 계시면서 많은 기업들과 기관들을 컨설팅 해주고 계십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바이오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의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점 등에 대해 가이드해 주고 계십니다. 그 동안 50여 차례 진행된 KAPAL 행사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셔서 K-바이오 발전을 위한 조언과 가이드를 나눠주시는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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